갭투자 차단, 강남3구·용산 아파트 40만 ‘토허제’ 묶인다

  1. 서울 집값 급등과 정부의 대응
  2.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의 배경과 범위
  3. 추가 규제 방안과 금융 관리 강화
  4.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행위 단속
  5.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 안정화 방향

서울 집값 급등과 정부의 대응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후 불과 34일 만에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가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급격한 정책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단기간에 급등한 서울 집값에 대한 정부와 서울시의 긴급 대응책으로,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 높은 규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잠·삼·대·청’ 지역의 집값이 토허제 해제 이후 평균 3.7% 상승했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의 배경과 범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여러 관계기관이 19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오는 24일부터 9월 말까지 약 6개월간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확대된다. 이는 4개 자치구에 있는 모든 아파트 약 2,200개 단지(40만 가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조치다.

이번 토허제 지정은 단순한 일시적 대응이 아닌 필요에 따라 확장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으로 설계되었다. 집값 불안이 지속될 경우 지정 기간을 연장하고, 시장 과열이 계속될 경우 인근 지역으로 추가 지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정부가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의 강도와 범위를 조절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토허제 재지정의 직접적인 원인은 규제 완화 이후 나타난 급격한 시장 변화다. 서울시는 토허제 해제 이후 대상 지역의 집값이 단기간에 평균 3.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의 규제 완화가 결과적으로 시장 과열을 초래했다는 평가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추가 규제 방안과 금융 관리 강화

정부는 토허제 지정 이후에도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를 대비한 추가 규제 방안도 마련했다.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추가 지정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현재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또한 금융 부문에서도 관리를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및 정책금융의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도권 중심의 지역별 가계대출 모니터링을 새롭게 실시하고,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취급 점검도 강화한다. 정부는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 증가세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을 과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대출금리 추가 인상 등을 즉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은 단순히 토지거래만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과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부동산 관련 규제, 금융 등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집값 상승 요인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행위 단속

정부는 규제 강화와 함께 시장 모니터링과 불법 행위 단속도 강화한다. 국토부와 서울시 합동점검반은 이상거래와 집값 담합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편법대출·허위신고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기획조사와 자금출처 수시 조사도 병행 실시한다.

이는 앞서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직후 강남3구를 중심으로 ‘갭투자’ 의심거래가 크게 증가한 정황이 확인된 것과 관련이 있다. 갭투자란 주택을 매입하면서 실제 거래가와 신고가격 사이의 차액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을 말하며, 이는 세금 회피나 불법 자금 유통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집값이 상승할 때 투기 수요가 추가적으로 유입될 경우, 주택시장 불안과 가격 변동성이 더 확대돼 국가 경제와 국민 주거안정에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 안정화 방향

이번 정책 변화는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성급한 토허제 해제로 주택 시장에 불안을 조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동시에 “반시장적 규제는 불가피할 경우에만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고, 이번 조치도 이러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여 완전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 조치는 서울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부동산 정책은 단기적인 효과보다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관된 방향성과 함께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는 단순히 규제 강화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과 투기 수요의 억제, 그리고 주택 공급 확대라는 다양한 정책 목표를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이번 토허제 재지정을 계기로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을 재점검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