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경험이 준 뜻밖의 선물
한때 ‘나도 스타트업!’을 외치며 의욕에 불탔던 적이 있었다. 아이디어 하나는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자금은 바닥을 보이고, 팀원들과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쓴맛만 보고 접어야 했다. 그때의 나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흔한 격언조차 곱씹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이 영상을 보게 됐다.
엘라드 길, 실리콘밸리 성공의 비밀을 말하다
성장과 몰락, 그리고 구글에서의 경험
EO 코리아 채널에서 엘라드 길이라는 실리콘밸리 내부자의 인터뷰 영상을 봤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그는 20년간 실리콘밸리에서 사업 운영, 창업, 투자를 해온 베테랑이라고 한다. 특히, 한 회사를 150명 규모로 키웠다가 정리해고를 통해 13명까지 줄였던 경험, 그리고 구글에 합류했다가 Twitter에 인수된 데이터 인프라 회사를 창업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Airbnb, Air Table, Coinbase, Figma 같은 유명 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더욱 신뢰감을 줬다.
MIT에서 수학과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가 실리콘밸리로 향한 이유는 ‘인류에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인간 질병을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고려했지만, 기술과 기업을 통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 그의 ‘기술 낙관주의’가 묘하게 위로가 됐다.
구글에서의 경험담도 흥미로웠다. 그가 합류했을 당시 구글은 3년 반 만에 직원 수가 1,500명에서 15,000명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덕분에 조직 개편도 잦았고, 래리 페이지가 중간 관리자를 없애면서 임원 한 명이 50~100명을 관리하는 일도 있었다고. 그는 당시 매니저 몰래 사람들을 설득해서 모바일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는데, 이런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 야망, 그리고 기회
구글에서 얻은 교훈 세 가지는 네트워크의 중요성, 야망의 힘, 그리고 급성장하는 회사의 기회라고 한다. 특히 “작은 그룹의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협력하여 놀라운 성과를 이룬다”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PayPal이나 초기 Google 네트워크처럼 말이다. 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더 크게 생각하고 혁신하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창업이 훨씬 어려웠다고 한다. 정보도 부족했고, 벤처 캐피털 생태계도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그는 구글에 합류한 이유 중 하나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창업하기 위해서”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API, 미래를 위한 선택
그가 처음 창업했던 회사는 위치 기반 정보를 다루는 회사였는데, 결국 API를 제공하는 회사로 전환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API 중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혁신적인 시도였다고. Twilio 정도만이 API를 핵심으로 하는 제품을 만들던 시대였다고 한다.
팀 구성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인상적이었다. 초기 팀은 주로 전직 Google 직원들로 구성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Why Now?”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왜 지금 이 회사가 필요한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 그리고 커리어
그의 회사는 Twitter에 인수되었는데, Twitter의 개발자 생태계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 엔지니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 그리고 재정적인 보상, 세상을 변화시키는 회사에 합류한다는 흥분감 등이 인수 결정의 이유였다고 한다.
존 도어와 나발 라비칸트가 제시한 ‘傭兵(용병) – 傳道師(전도사) – 藝術家(예술가)’ 프레임워크도 소개했는데, 초기에는 돈을 벌기 위해 움직이는 용병처럼 행동하고, 중간에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더 큰 목표를 추구하는 전도사가 되며, 후에는 그 자체를 즐기는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다. 많은 초기 회사들이 빠르게 매각되는데, 이는 용병적인 행동이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들은 더 큰 사명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와 CEO의 역할
초기 단계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특히 창업자들이 어리고 경력이 부족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그는 “최고의 회사는 처음에는 과대평가된 투자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뛰어난 투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고 말하며, Facebook과 Stripe를 예로 들었다.
CEO의 역할은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변하는데, 초기에는 고객을 찾고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만, 후기에는 국제화, 다수의 제품, 전문 인력 채용 등 복잡한 문제들을 다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CEO의 핵심 책임은 변하지 않는데, 방향 설정, 자원 배분, ‘최고 심리 전문가’ 역할, 그리고 자신의 에너지 관리라고 강조했다.
상식과 현실
그는 창업에 대한 몇 가지 일반적인 통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공동 창업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거나,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반박했다. 혼자 창업해서 성공한 회사, 우연히 성공한 회사, 젊은 나이에 경험 없이 창업한 회사들을 예로 들며 “평생 학습”보다 “평생 실행”을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성공의 자가 발전
무어의 법칙이 사람들이 믿고 따랐기 때문에 현실이 된 것처럼, 실리콘밸리의 성공도 야심 찬 사람들, 지식 공유 문화, 기술 기업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자가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영상을 보면서 ‘나는 왜 실패했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됐다. 단순히 운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간절함이 부족했던 걸까? 엘라드 길의 이야기는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줬다. 네트워크의 중요성, 미래를 위한 제품 개발, 그리고 끊임없이 배우고 실행하는 자세. 이 모든 것들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의 이야기가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다시 한번 도전할 용기를 불어넣어줬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Why Now?’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